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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우리동네 맥가이버, 양철 할아버지

꾸륵꾸륵~ 비둘기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사무실 맞은편 주차장에서 양*철 어르신이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고 계십니다. 커피를 한 잔 가지고 할아버지 옆으로 가서 앉아 비둘기 모이 주는 걸 뻔히 보면서도 툭하니 “뭐하세요~” 라며 이야기를 건네봅니다.


매일 집 문 앞에서 동네에서 수거한 폐가전 제품이나 철재 구조물들을 망치로 두드리고 필요한 부품들을 얻는 것이 하루의 일과시다 보니 성함의 가운데 자만 빼면 공교롭게도 양철이 되는지라 나눔의집에선 쉽게 양철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인사 외에는 먼저 말을 걸어오시는 적이 없어 무뚝뚝해 보이지만 정도 감성도 봉천동에선 제일 인 듯해요. 고철과 파지 줍는 일과 중에도 버려진 고양이나 강아지, 집 앞 주차장에 내려앉은 비둘기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지요. 집안에 뭐라도 먹을 것이 없나 살피고, 빈 공터가 있으면 어디든 꽃씨나 나무를 심으십니다. “할아버지 뭐 심으셨어요?", "어... 목화씨를 몇 개 심었는데 싹이 거의 안 나오네 목화가 있는 예쁜 화단을 만들고 싶었는데...”  나눔의집 화단에 핀 꽃들을 보살피는데도 가장 많은 품을 들이시는 할아버지. 꽃이 피고 나무에 열매가 맺히면 절로 얼굴에 웃음꽃이 핍니다. 입에 피어 문 담배 한 개피. 세상 모든 행복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 정말 멋져, 피우지도 않는 담배가 혹 내 주머니에 없나 뒤져 보곤 합니다.


할아버진 고철을 주우시면서 여러 가지 생활 용품도 함께 주우시는데, 물품 중 상당 수가 나눔의집 수리에 들어갑니다. 물 뿌리개며 수도꼭지 손잡이 등등 고장이 나면 마치 나눔의집을 위해 맞춰 놓으신듯  집안에서 딱 맞는 물건을 금세 찾아오셔서 망가진 곳을 고쳐주시죠. 나눔의집 뿐이겠어요. 동네 친한 어르신들에겐 수리센터 보다 할아버지가 편합니다. 동네 맥가이버가 따로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척하니 이렇게 나눔의집에 신경 써 주시니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어르신은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나누어 주는 게 당연한 거라며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세요. 그래도 저희는 항상 고맙습니다. 


- 박유리 간사(가정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