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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합격이라고요? 진짜로! 리얼리~

“청심원을 시험장 가서 곧장 먹을까요, 1교시 끝나고 먹을까요?”

10년의 교직생활 중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신선한 질문이었다. 그만큼 진지하고 긴장이 되셨으리라 나도 모르게 아빠미소가 새어나왔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3개월의 시간동안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었던 학생 ‘분’들이었다. 


초여름의 문턱 관악지역 자활센터에서 내 인생 가장 특별한 학생들을 만났다. 

이른바 ‘최고령’ 학생들 - 처음엔 몰랐는데 우리 어머니 보다 2살 더 많은 분도 계셨다. 공책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손, 무언가 수줍어하는 눈. 하나같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첫 만남이었다. 나도 덩달아 긴장되는 분위기였지만 자기소개로 첫인사를 대신하고 야학수업 안내를 나누다보니 또 금방 소녀같이 웃어주셨다. 그 웃음을 보고 나서야 무거웠던 분위기가 낯선 그리고 ‘어린’ 교사 탓만은 아니었다는 안심이 들었다.


나눔야학 수업은 내가 더 많이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그동안 학력란 쓰는게 민망해 이력서 한 번 내보지 못하셨다는 어머님들 - 나는 미처 느껴보거나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감히 그 어떤 위로도 드릴 수 없어 ‘용기가 대단하시다.’는 말로 대신 응원하였다. 


오랫동안 담아온 진실된 마음 탓이었을까. 10차시 수업시간 동안 어머님들은 그 어느 모범생보다 모범적이셨다. 수업내용을 녹음해가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고, 노트 필기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과목별로 나누고, 무엇보다 모르는 것은 끊임없이 물어보는 자세와 노력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배운 것들은 학교 현장에서 우리 중학생 아이들과도 나누어 봄 직한 가치로운 것들이 되었다.   


네 가지 ‘정말’론이 일어났다. 1. 정말 열심히 하셨지만 2. 정말 처음 보는 국가 검정고시를 3. 정말 한방에 합격할 줄은 4. 정말 몰랐다. 검정고시를 앞둔 마지막 수업시간 - OMR답안지 체크 연습할 때에도 그렇게 긴장하시던 분들이었다. 그런데 응시한 세 분 모두 보란 듯이 합격하셨다니. 가을에도 쉬지 말고 한 단계 위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해 달라는 강한 주문이 담겨있었나 보다.  


내가 본 도림천은 늘 푸르렀다. 나눔야학 가기 전 냇가 돌무더기에 앉아 검정고시 차시를 한 번 더 확인하던 곳이었다. 이제 10월의 도림천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물론 그곳에서 10분 남짓 떨어진 관악자활센터 - 우리 학생 ‘분’들과의 만남이 더 기대되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기쁨이다. 


- 한상대(나눔야학 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