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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한누리

매트 하나로 아이들이 차분해졌어요~ "샘~ 우리 공부방이 아닌 것 같아요~ 바닥이 차갑지도 않고 단단한데도 푹신해요~" 몇몇 녀석들은 뛰어도 보고 갑자기 우당탕 쓰러져 보기도 하고 누워서 엉덩이를 들썩여 보기도 합니다. "야~~ 이거 오래 써야 한다고~ 너 연필로 매트 찌르면 알아서 해~" 고학년 언니 형, 오빠, 누나들은 혹여나 꼬맹이들이 새로 들여온 매트에 사고라도 칠까 부쩍 잔소리가 심해졌습니다. 아이들은 발걸음마저 조심스러워졌고 저희 교사들에게조차 뭐 흘리지 말라고 야단을 칩니다. ^^;; 목돈을 들여 무언가 실내 전체를 꾸미는 것이 공부방으로선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실 구석구석이 이 모양 저 모양 마치 모자이크를 한 것처럼 조금 어수선했는데 바뀐 바닥 덕분에 아이들의 성격마저 차분해 진듯합니다. 후원하고 시공까지 해주신 .. 더보기
[활동가 단상]허리 언저리 꼬맹이가 벌써 중학생이래요! 초등학교 1학년이던 공부방 꼬마 4명이 올해 2월 모두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곤 바로 중학교 배정표를 받아왔지요.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지만 입학부터 초등학교 성장과정 전체를 내내 지켜보고 중학생으로 올라가는 아이들을 본다는 건 언제나 뭉클한 무언가가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일인것 같습니다. 허리 언저리에서 올려다보던 이 꼬마 녀석들이 이젠 눈높이를 맞추거나 제가 올려다볼 지경이 되었답니다. 함께 웃고 울며 지내온 6년! 굳이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들만으로도 한 자리에서 다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6년의 시간을 되새김할 때마다 저희를 울컥울컥하게 만들지요. 졸업식 풍경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듯 합니다. 기억 속의 그 날은 "친구들아 잘 있거라 정든 교실아~~" 졸업식 .. 더보기
서석의 마음씨 좋은 의사 선생님 공부방 아이들은 매년 홍천의 서석으로 여름방학 들살이를 다녀옵니다.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서석 들살이 역시 밤잠을 설치며 며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지요. 서석은 공부방 김현주 선생님의 집입니다. 넓은 마당과 평상은 아파트 동과 동 사이 밖에 놀이터가 없는 도시 아이들에겐 별천지나 다름없지요. 멱을 감을 수 있는 개울도 옆에 있으니 금상첨화인 곳입니다. 들살이 이틀째 갑자기 3학년 대*이가 배가 아프다며 선생님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혹 장염이나 다른 병은 아닌가 싶어 보건소에서 동네병원으로 이리 저리 뛰어다녔지요. 다행이 큰 병은 아니었어요. 많이 먹고 차가운 물에 너무 오랫동안 들어가 놀아서 생긴 배탈이라는 진단이었지요. 아이가 찾아간 동네 병원은 전형적인 시골 보건소 같은 곳이었어요. .. 더보기
마음이 흐뭇한 '직책 강등'을 기다리며... “선생님~ 국장님 왔어요~” 먹거리 배달을 위해 들린 공부방을 들어서자마자 한민(가명)이가 사무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제가 들어오는 것을 알립니다. 20명 아이와의 얼굴이 이제 제법 익숙해졌지만 제 직책을 바로 말한 것은 처음이었어요. 직책에 별 신경을 쓰지 않지만, 아이들이 제 직책을 정확히 말하는 것은 좀 의미가 다른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거리가 한 발 정도는 가까워졌다는 의미겠지요. 한민이가 “국장님”이라고 부르기 전까진 저는 낯선 이방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말도 붙여 봐도 “누구세요...”라는 인사를 받거나 ‘괴성의 대흥(가명)’이처럼 “아저씨”라고 불렸었죠. 어른들보단 아이들에게 다가섬이 더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 스스로가 쌓은 관습의 고집스러운 벽이 아이들의.. 더보기
사랑받고 싶은 아이... 사랑이 아이를 키웁니다. “선생님 빨리. 빨리 나와 봐요~~ 어서요~~” 신발도 벗지 않고 흥분 상태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대흥(가명)이는 ‘괴성의 대흥’으로 불리는 만큼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유명한 녀석입니다. 평소도 유달리 큰 소리를 내지만 오늘만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적이 없었지요. 교사들도 놀라서 무슨 일인가 후다닥 뛰어나갔습니다. “선생님 저 오늘 100점 맞았어요~~. 이거보세요”요란한 웃음소리와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꺼내 보인 시험지에는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가 떡하니 그려져 있었지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대흥이는 작년 7월 처음 우리 공부방(드림한지역아동센터)에 들어온 친구입니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모두 한국말을 전혀 모르시는 중국분이시라 대흥이도 한국어보다는 중국어에 더 익숙했기 때문에 한글 받아쓰기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