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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실

"할머니 할아버지 추위가 물러나면 우리 다시 만나요~" 2017년 민들레 한글교실이 지난 11월 23일 겨울방학에 들어갔습니다. 3월 첫 수업엔 15명이 오셨는데 11월에 들어오셔선 열 분 이하로 줄었어요. 일흔이 훨씬 넘는 분들이다 보니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지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30주 동안에 뇌 수술을 하신 분도 계시고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반신 마비가 온 분도 기력이 떨어져 더는 걷기가 힘들다며 "나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어르신도 계셨어요. 모두 건강하셔야 하는데... 비록 수업에선 뵙지 못하지만 바람 쐬러 나오신 어른들을 가끔 보게 된답니다. 그때마다 어르신들은 두손을 꼭 잡고 "미안해서 어쩌지"라며 어쩔 줄 몰라 하세요. 그럼 저는 "어쩌긴요? 어머니 제가 찾아가면 되지요."라고 말한답니다. 배움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인연을 이어가는 .. 더보기
[이모저모] 나눔의집 30주년 '주문'을 부르다 민들레 한글교실 종강 그리고 작품 전시회. 지난 11월 24일 2016년 봉천동나눔의집 민들레 한글 교실이 30주간의 수업 일정을 마쳤습니다. ‘ㄱ’, ‘ㄴ’ 삐뚤빼뚤 한 글자 써 나가기도 힘들었던 3월 첫 시간과 달리 지금은 정성 들여 써 왔던 글자 하나하나의 시간이 모여 글씨에도 힘이 생기고 자신의 이야기도 문장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11월 마지막 주에는 1년 동안 활동한 어르신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일주일간 작품 전시회도 가졌답니다. 나눔의집 30주년 '주문'을 부르다 지난 11월 13일 시청 서울주교좌성당과 정동 세실극장에서 나눔의집 설립 30주년을 맞아 ‘성찰과 결단’을 주제로 기념 감사성찬례 및 축제를 했습니다.특히 기념 축제는 9개 나눔의집 별로 준비한 공연으로 진행됐고 저희 봉천동나눔의.. 더보기
민들레 한글 교실 1학기 종강. “난 이렇게 놀러 온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어. 그동안 공부도 알려 주고 오늘 이렇게 좋은 거 보여주고 밥도 맛난 것 주고 어떻게 고맙다 해야 하지?” 한쪽 눈이 잘 안 보이는 김 할머니(83)는 고마움을 표하시며 제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이시더니 손등에 입맞춤을 해주셨어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딸아이를 제외하고 손등에 입맞춤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살짝 당황스럽고 가슴 떨리더군요. ^^ 그리고 뭐 별로 한 것도 없었는데 너무 고마워하셔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어머니. 모두 다음 학기 때까지 아프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배웠던 것 꼭 다시 보셔야 해요. 그리고 모르시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사무실로 오시고 저도 그리고 다른 선생님도 계시니 물어보세요. 그리고 공부가 아니더라도 놀러 오셔서 차도.. 더보기
도서관 친구의 마음 '너무 예쁘죠?" 지난주부터 '민들레 한글 교실' 참석자 어머니 중 일부는 수업과 별도로 책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익히기도 벅찬 분이 많지만, 개중에는 어려운 받침을 제외하곤 느리지만 읽는 것에 불편함이 없는 분도 계셔서 이번에 수준별 맞춤 학습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열두 분 중 비록 네 분 정도만 따로 수업하는 것이지만, 빠듯한 예산과 인력으로 별도의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공간도 따로 마련해야 하고 어르신이 읽을 만한 책도 따로 구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공간이야 옆방을 슬쩍 빌려 사용하면 되지만 예산 책정이 안 되었기에 책은 예산 외 사비로 구매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됐습니다. 어르신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 분량도 적당한 그러면서도 저렴한 책이 뭐 없.. 더보기
"글을 읽지 못해 손에 붕대를 감고 부탁했던 나였다." 저희 민들레 교실에도 반장님이 계세요. 안성효(가명) 어머니.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저희 봉천동 민들레 교실뿐만 아니라 이웃한 복지관에서도 한글 수업을 받고 계시죠. 배우지 못한 한 만큼 열정도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 열정만큼 반에서의 한글 실력도 가장 좋고요. 과제 외에도 일기를 한번 써 보는게 어떠냐고 했더니 매번 일기도 빼놓지 않고 쓰시고 현재의 수업이 자신이 배운 것보다 수준이 낮지만, 반복이 필요하시다며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과제도 빼놓지 않고 하십니다. 한 달 전부터 나눔의집에서는 한 주에 한 편씩 시를 읽어 드리고 있습니다. 글자를 쓰고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글의 유익도 알려드리고 싶어서지요. 어머니들에게 시를 읽은 후의 느낌도 물어보고 작가는 어떤.. 더보기
한글교실 권춘섬 할머니가 기사에 나왔어요~ 晩學靑春…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권춘섬 할머니“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에 나이가 있나요/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인기 트로트 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의 핵심어인 사랑 대신에 공부를 넣어 개사한 것이다. 이 노래처럼 사는 ‘만학청춘’ 3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할머니가 모국어를 처음 배우며 신나한다. 희수(喜壽)에 가까운 노인은 도서관을 오가며 ‘더 나은 사람’을 꿈꾼다. 환갑을 훌쩍 넘긴 신사는 사이버대 강의를 수강하며 평화로운 저녁을 보낸다. 이들은 지식을 더하며, 기쁨을 더한다. 배움은 늘 새롭다. 봄에 피어나는 하얀 목련처럼. 만학은 청춘이다. 80대 서울 ‘민들레한글교실’ 권춘섬 할머니 “곡절 많은 내 인생, 내 손으로 써보고 싶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