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천동나눔의집 소식

"글을 읽지 못해 손에 붕대를 감고 부탁했던 나였다."

저희 민들레 교실에도 반장님이 계세요.

 

안성효(가명) 어머니.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저희 봉천동 민들레 교실뿐만 아니라 이웃한 복지관에서도 한글 수업을 받고 계시죠. 배우지 못한 한 만큼 열정도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 열정만큼 반에서의 한글 실력도 가장 좋고요.

 

과제 외에도 일기를 한번 써 보는게 어떠냐고 했더니 매번 일기도 빼놓지 않고 쓰시고 현재의 수업이 자신이 배운 것보다 수준이 낮지만, 반복이 필요하시다며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과제도 빼놓지 않고 하십니다.

 

한 달 전부터 나눔의집에서는 한 주에 한 편씩 시를 읽어 드리고 있습니다.

 

글자를 쓰고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글의 유익도 알려드리고 싶어서지요. 어머니들에게 시를 읽은 후의 느낌도 물어보고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은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과제로 내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주 중에 읽고 한 번쯤 써 보는 것도 권장하고 있지요.

 

처음엔 어휘나 격식이 파괴된 문장에 당황스러워하셨어요. 하지만 이내 익숙해지셨는지 시 읽기를 즐거워하세요. 그리고 나눠준 프린트의 시를 주 중에 반복해서 읽고 '이런저런 느낌이더라'라고 말씀도 해주시지요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늘 저희 반장님이 자신이 겪었던 일상을 짧게 한 편 써주셨어요.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을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진솔한 표현이 여느 문필가 못지 않다고 전 생각했습니다


제목은 '가을 기억'입니다. 뭐 아직 봄이긴 하지만 ^^;; 요즘의 느낌이 꼭 봄일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자 그럼 우리 봉천동 민들레 교실 반장님의 작품을 감상하겠습니다.




제목 : 가을 기억

 

가을이 성큼 다가와 미소 짓는다.

옛날에 글을 읽지 못해서

은행에 가서 돈을 뽑는 상황에

글을 읽지 못해 부탁을 해야 됐는데

창피해서 일부러

손에 붕대를 감고 부탁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잘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