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천동나눔의집 소식

행복한 우리집 요리교실 허기진 '정'을 채웁니다.



행복한 우리집 아이 중 3명이 아토피와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어요. 5명 중 3명이니 비상사태입니다. 그러나 얼굴 꾸미기에 들이는 공이 하루 절반인 사춘기 아가씨들에게 섣부른 가르침은 잔소리에 지나지 않죠.

 

어떻게 하면 갈등 없이 해결할까하는 고민 중에 아이쿱생협에서 바른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았죠. 더구나 지역 생협의 이사장님도 잘 아는 터라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고맙게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을 뿐 아니라 단순지원보다는 아이들과의 지속적인 만남과 자연스럽게 먹거리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보시고 행복한 우리집에 직접 찾아와 요리를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죠.

 

저희야 바짓단이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인데 제안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 그리고 셋째 주 토요일 이렇게 매월 두 번 찾아오는 요리교실을 진행합니다.

 

그 첫 수업이 지난 41일에 진행됐습니다. 첫 요리 수업은 떡볶이’.

 

싱싱한 시금치부터 어묵, 떡볶이 떡, 우리밀 라면사리, 육수용 멸치 등등을 생협에서 직접 준비해 오셨죠. 초등학생 3명과 요리교실 선생님들 3명이 만나 서로를 소개하고, 이런 자리가 처음인 막내 수영(가명)도 모기만한 목소리로 어렵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칼은 위험하니까 이렇게 잡고, 손가락을 한 마디 정도 뒤에 두고 칼로 천천히 자르는 거야.” 칼 잡는 법부터 써는 것까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시는 요리교실 선생님 덕분에 서툴긴 하지만 수영이 표정은 신기하고 행복함으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배시시 웃는 모습이 수영이 만큼 지켜보는 선생님들도 마음을 푸근하게 했지요.

~역시 6학년이라 칼질이 다르구나. 미영(가명)이 요리사 소질이 있는데?”

선생님, 저도 어묵 자르는 거 같이 할래요.” 곁에서 지켜보던 4학년 미선(가명)이도 칭찬에 샘이 났는지 바짝 식탁으로 다가 앉습니다.

그래, 근데 칼이 너무 크니까 미선(가명)이는 과일 칼로 해보자.”

시금치를 다듬고 어묵을 칼로 자르는 과정에서 여자아이들의 수다와 활기가 온 집안을 채웁니다. 6학년 미영(가명)이는 데치지 않은 시금치를 직접 먹어보더니 달고 맛있다며 동생들에게 권하기도 하고, 자르기 힘든 딱딱한 재료도 동생들을 대신해 잘라줍니다.

 

행복한 우리집 선생님 외엔 쉽게 마음을 털어놓지 않던 아이들도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우려 주는 이들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눠줍니다.

 

이제 첫 문을 연 요리교실이 아이들의 마음 한켠에 음식만큼 따듯한 추억으로 간직되길 바람니다.

같이 먹으니까 좋아요~ 근데 선생님들 언제 또 오세요?”

 

수영이는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정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다음 시간을 약속하고 돌아가는 생협 선생님의 약속을 또 한번 물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