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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나눔의집 실무자와의 대화_김승연 센터장(맑은 숲 돌봄 협동조합)

저희 봉천동나눔의집 외에도 서울교구에는 9개의 나눔의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홉 나눔의집은 함께 기도하고 나눔의집의 공동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하고 매월 한 차례 운영위원회를 가집니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각 나눔의집을 돌며 운영위원회와 함께 오랜 실무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월에는 노원나눔의집을 방문해 맑은 숲 돌봄 협동조합의 김승연 센터장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갔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센터장님에게 나눔의집은 어떤 곳입니까?


노원나눔의집은 나의 우물 안입니다.

밥 먹여주고 이웃과 함께하는 터전이기 때문이죠. 한 곳에서 일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나눔의집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나눔의집에 대한 기대는?


기대
? 현재로선 기대는 없습니다. 과거 20대에는 있었죠. 20대인 25~26년 전엔 나눔의집이 굴러가는 방식이 대단히 주먹구구식 있었고 특별한 절차도 없어도 어떻게든 굴러갔어요. 같이 밥을 먹고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생활 공동체였습니다.

일과 삶의 구분이 없던 때였고 첫 애정의 장소였고 아직 젊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겁도 없고 어떤 사람이 와도 함께 기거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어요. 주정꾼이 와도 기꺼이 받아주고 기거할 곳이 없는 아이들도 와서 몇 달 쉬다 갈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로 얼마간 쉬어 갈 수 있는 곳. 누구든 기꺼이 받아주는 쉼이 가능한 곳이었어요. 세월이 흘러 모든 행정이 예전과는 달라졌어요. 지출 결의가 있어야 하고 규칙이 있고 업무분장도 있어서 자기일 너의 일이 생겼습니다.

업무가 나눠지고 행정이 우선되다 보니 실무자에 대에서도 인격의 영역에서 유능함의 영역으로 바뀌었어요. 따뜻한 사람보다 유능한 사람이 더 필요한 곳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색이 변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잘못됐다 생각하진 않아요. 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오는 그저 그리움입니다. 누구나 받아주고 수다 떨고 언제나 가면 맞아주고 밥도 주는 곳.

약속을 잡아야 만날 수 있는 곳이 되고 넉넉한 수용의 공간이었던 곳이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되어 옛 기억이 기준이 된 저에게 지금은 조금 불편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 기준이 자꾸 실망감으로 다가오는데...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실무자에게 3개월 수습 기간이 있다는 것에요. 저에겐 큰 상처였습니다.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요?

개선보다는... 돌이켜보면 나의 기준이 바뀌지 못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나눔의집에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놓은 건 아닌가 싶어요. 나눔의집은 이런 저런 곳이야라고 말하기보다 나눔의집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려 합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나눔의집에 오고 또 그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양을 가지잖아요. 네모, 세모, 동그라미 전 그대로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형태가 네모 세모 동그라미 그중 하나일지라도 내 기준으로 맞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형태는 잘 안 바뀌는 것 같아요. 제 형태를 크게 하면 다른 모양일지라도 다른 모양의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 선언한 곳으로 가야 하는 나눔의집이 아니라 다양한 이들의 길을 존중하고 그 길로 갈 있도록 가꾸어 주는 그런 곳이 나눔의집이였으면 하고 그게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회의를 자주 하고 과거를 돌아보고 또 이렇게 하자고 비전을 선포하는 것. 저는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눔의집도 비전을 이야기하지만 30년간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그저 자주 만나고 악수하고 또 차 한잔하면서 수다 떠는 것, 그 속에서 무언가를 공유하고 무언가를 해나갈 동력 방향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내 생각만큼 믿을 수 없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거창한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일터에선 사소한 말들과 논의가 기쁘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일 할 일은 의논하지 말자. 지금 할 일을 하자그게 제가 일하는 돌봄 협동조합에서의 일 방식입니다. 그 때문에 모든 일이 공유되고 또 누가 급한 사정으로 결원이 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푸념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밥벌이잖아요. 쉰 나이에 밥 먹고 살 수 있는 직장을 준 나눔의집에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