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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흐르는 강물은 얼지 않는다_서울관악지역자활센터 황호준


어릴 적, 드라마 「대장금」이란 드라마에 열광했어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수라간 최고상궁, 조선 최초의 여성 어의가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린 저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었지요. 뒷배는커녕 부모님도 안 계신 흙수저가 최고상궁이 되고 궁에서 쫓겨나는 고난 후에도 어려움을 딛고 다시 궁에 돌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던 그녀의 스토리는 슈퍼 히어로이자 누구 못지않은 핫한 아이돌이었습니다. 나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드라마 주제가인 ‘오나라’를 열창하곤 했었습니다.


그 후 16년 뒤, 저는 서울관악지역자활센터의 통장사례관리자가 되었습니다. 저소득 주민의 자립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목돈을 받을 수 있도록 적금을 들게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간단한 재무상담도 함께합니다. 이 일도 이제 10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나?’ 요즘 들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삶의 발판이 되는 통장이다 보니 일에 대한 무게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주민이 가입한 통장이 희망키움 통장이 아니라 절망 키움 통장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계속 저를 사로잡습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하는 게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불을 뒤척인 것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잦아질수록 제 어릴 적 히어로인 장금이를 떠올립니다. ‘이럴 때 장금이는 어떻게 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의 저처럼 자신을 책망하며 멈춰서 있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흐르는 강물은 얼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라간에서 쫓겨난 장금이가 모든 걸 포기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 걸 멈춰버렸다면 그녀는 대장금이 되지 못했을 터입니다. 이를 반대로 말해 보자면 힘들다고 지금 포기해 버리면 더는 성장치 못하고 그대로 도태될 수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저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함께 하는 주민분들에게 간곡히 말하고 싶습니다. “멈추지 말고 함께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