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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결연가정 어르신 프로젝트 '그림책 읽는 이웃'

“샘 얼굴이 누가 봐도 제일 잘 그려진 것 같아요~ 샘이 그린 그림은 어디 있어요?”

“... 묻지 마세요...”


상대의 얼굴에 OHP 필름을 얼굴에 대고 얼굴 윤곽을 따라 그리는 것이 쉬운 듯 또 생각만큼 잘 그려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구의 힘을 빌려서 인진 몰라도 모두 “나 못 그리겠다.”는 소린 한마디 없이 모두 그림 그리는 것이 즐거워 보입니다.


지난 1월 12일 봉천동나눔의집(이하 나눔의집)과 관악건강돌봄네트워크 그리고 연세대의료청년동아리(이하 의청)가 함께 ‘그림책 읽는 이웃’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나눔의집 주변 어르신들과 의청 학생들이 그림책을 매개로 어르신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풀어내 보자는 취지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의청은 담당 학생들이 한 달에 두 번 결연 가정 어르신 댁을 방문해 말동무가 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혹 잘못 드시는 약이 없는지 실내 거동 중에 위험한 것들이 없는지 보고 개선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어르신들과 친해지고 또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친해진 만큼 사실 또 일 년이 지나니 딱히 나눌 이야기도 마땅치 않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어르신의 삶을 공유하지 못하는 20대 청년으로서 그저 현재의 신변잡기 외엔 어르신과 대화할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의 불편함을 찾아 덜어드리고 건강을 점검하는 것도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지만 좀 더 깊이 접근하고 뭔가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했던 건 나눔의집만 아니라 의청의 욕구이기도 합니다.


마침 나눔의집과 의청의 매개인 일신연세의원 조계성 원장님이 자신이 들었던 프로젝트가 나눔의집 어르신들과 함께하기 딱 좋은 사업인 듯하다며 ‘그림책 읽는 이웃’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셨고 지난 12일 프로젝트 진행 담당자인 한명희 대표를 모시고 맛빼기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사실 충남 부여 송정마을에서 이미 성과를 보인 프로젝트입니다. 그림책 문화예술 단체인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이 2015년부터 송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그림책 읽는 마을 찻집’ 조성 사업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고 이 둘을 엮어 23권의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한명희 대표(위 사진)는 “20대 젊은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공유하는 것은 저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 잔뜩 고민을 짊어지고 가지만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라며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는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정직하고 또,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담겨 있고 저는 그림책이 노인과 아이들을 이어주고 마을이 가진 기억을 통해 도시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봉천동나눔의집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함께 해나갈 작업도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합니다.


사실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책 하나 만들기가 사실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저희 어르신 다수가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데다 색연필 한번 잡아 본 적 없는 분도 많아서 그림책이야 함께 학생들과 읽는다 치더라도 이후 어르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또 그림으로까지 엮어가기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ㅠㅠ 읽어드릴 책부터 작업이 끝난 후 책을 만드는 것까지 재정을 마련하는 것도 사무국으로선 큰 걱정입니다. 쉽지 않지만 좋은 사업일 것 같기에... 고민은 깊어갑니다.


하지만 ^^ 뭐 열정의 바퀴가 굴러가면 나머지 일은 눈덩이 불어나듯 되어가지 않을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