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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서석의 마음씨 좋은 의사 선생님


공부방 아이들은 매년 홍천의 서석으로 여름방학 들살이를 다녀옵니다.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서석 들살이 역시 밤잠을 설치며 며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지요. 서석은 공부방 김현주 선생님의 집입니다. 넓은 마당과 평상은 아파트 동과 동 사이 밖에 놀이터가 없는 도시 아이들에겐 별천지나 다름없지요. 멱을 감을 수 있는 개울도 옆에 있으니 금상첨화인 곳입니다.


들살이 이틀째 갑자기 3학년 대*이가 배가 아프다며 선생님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혹 장염이나 다른 병은 아닌가 싶어 보건소에서 동네병원으로 이리 저리 뛰어다녔지요. 다행이 큰 병은 아니었어요. 많이 먹고 차가운 물에 너무 오랫동안 들어가 놀아서 생긴 배탈이라는 진단이었지요. 아이가 찾아간 동네 병원은 전형적인 시골 보건소 같은 곳이었어요. 간호사 한 명 없어 의사가 혼자 그 몫까지 다 처리해야하고 흔한 컴퓨터 하나 없이 손으로 직접 쓴 진료 카드가 유일한 기록 보관 방법인 곳이었지요.


아이들은 그것이 참 신기했나 봐요. 어른들이 계속 병원을 들고 나시니 아이들은 그냥 앉아 있을 수 없었던지 의사 선생님이 하는 일을 돕겠다며 "여기 앉으세요, 어서오세요~" 마치 병원 관계자 처럼 병원 문지기 역할을 톡톡히 했답니다. 물론 동네 어른들도 오랜만에 보는 많은 아이들이 신기했던지 마냥 웃어 보이셨고 "어디 분교에서 왔냐"고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마치 서울에서 온 것이 무슨 자랑인냥 "서울이요~"라고 합창을 했지요.


"어디가 아퍼?", "배 아파요", "물 놀이 많이 했구나, 밥도 많이 먹었고", "네 선생님, 어떻게 아셨어요? 엄청 많이 먹고, 엄청 많이 놀았어요~ 그런데 선생님. 무슨 낙서해요? 선생님도 낙서 많이 하시나 봐요. 뭐라고 쓴거에요?" 대*이에겐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쓰는 진료 카드가 생경했나 봅니다. "낙서? 원 녀석 허허, 네 이름과 아픈곳을 적은 거란다", "아~ 서울 의사 선생님은 컴퓨터로 쓰는데 시골은 손으로 쓰네요? 신기해요!!!" 호기심이 많은 꼬꼬마의 대답에 의사 선생님도 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나 봅니다. 밤새 아팠지만 주

사를 놓을까 무서워 절대 병원엔 안 간다고 떼를 쓰더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 해주시던 의사 선생님에겐 마음의 문을 활짝 연것 같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대*이는 "샘! 의사선생님 진짜 좋아요. 우리 할아버지 같아요."라며 자신이 만난 최고의 의사 선생님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계속 치켜 올렸지요. 저 역시 그 모습에 웃음 짓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서석의 시골 인심이 아이들에게도 푹 스며드는 듯해 기분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