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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나는야 봉천동 골목대장~

살랑살랑 바람도 조용히 스치고 지나는 골목길이 갑자기 부산스러워집니다. 우렁찬 목소리에 동네 고양이와 개, 방범 카메라까지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내용은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일 때도 있고, 화를 듬뿍 담은 불만 가득한 소리일 때도, 매우 다양합니다. 나눔의 집의 존재감 '갑' 유○○어르신의 목소리입니다.

 

유 어르신은 아드님과 함께 나눔의 집 골목길 위, 연립에서 살고 계십니다.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모르는 소식도 없고 목소리도 크다 보니 나름 동네 유명인이지요. 장난도 많고 분위기도 곳 잘 살리는 데다 체격도 크고 댓 거리에선 절대 지는 법이 없어 동네 골목 대장 같은 어른입니다. 뭐 남의 사생활에 대해 너무 깊이까지 파고들거나 장난이 좀 심해질 때는 싸움의 원인자이기도 해서 실무자들을 참 난감하게 만들 때도 잦습니다.

 

세상일, 나눔의집 주변 사람들, 점심 먹으러 가는 복지관 실무자 그리고 함께 반찬을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 등 어찌 그리 주변에 관심이 많은지 웃음이 나오지만 정작 본인 이야기는 잘 안 하시는 편입니다.

 

그나마 십수 년 들어왔던 쪼개진 소식들을 이어서 대략적이지만 할머니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할머니에겐 아들이 둘 있는데, 큰아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연락 두절 된지 오래고 지금은 작은아들과 살고 있습니다. 장성했지만 누가 누구를 돌보는지 헛갈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 일일 망정 스스로 생계를 꾸리기엔 부족함이 없었는데 요즘은 한걸음 걸을 때마다 끙끙거려야 할 만큼 다리가 좋지 않아 한숨은 점점 깊어지고 방을 가득 채울 것 같이 걱정이 쌓여만 갑니다.

 

"혼자되고 청소일이다 장사다 안 해본 일 없이 억척스럽게 살았는데 나도 다 된 것 같아" 할머니의 푸념 속에서 과장된 지금의 큰 소리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표현은 과격하지만 하나하나 살피고 보면 그 속에서 '정'을 발견합니다. 뭐 그 정이 간혹 지나쳐서 싸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다른 이에 대한 '관심'과 스스로에 대한 '외로움'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 물론 저는 그 관심에서 좀 멀어지고 싶지만요. ^^ 

 

- 박유리 간사(가정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