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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봉사활동을 마치며_장정원 봉사자

어느덧 초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봉천 나눔의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은 여전히 가쁘지만,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코끝을 찡그리며 종종 걸음으로 올랐던 언덕은 코끝에 땀방울이 맺힐 만큼 요즘은 나른하고 따뜻하다. 


나눔의 집에서 내가 했던 일은 언덕을 오르는 일 만큼이나 조금 숨 가쁘지만 단순했다. 반찬을 나누어 담고, 나누어 드리고, 가지러 오신 분들께 챙겨드리고 나머지는 배달 가는 일. 간단하지만 반복적인 행동 사이에 보물처럼 숨겨진 의미가 나를 좀 더 성장 시킨 것 같다. 시간 맞춰 모인 어르신과의 인사, 배달을 돌며 보는 동네의 여러 가지 풍경, 손녀뻘인 내게 늘 깍듯이 "고맙다"하시는 할머니, 황송해 하는 나. 신기하게도 봉사활동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새로운 의미들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처음엔 내 방문이 솔직히 한번으로 끝날 줄 알았다. 첫날, ‘한 번쯤 가 볼까?’ 하는 마음으로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들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번은 두 번이 되었고, 두 번은 서너 번으로 이어져 결국 다섯 달을 채웠다. 내가 만난 모든 인연과 시간이 늘 따뜻하고 좋았기에 더 오래 봉사가 지속한 건 아닐까 싶다. 만나는 어르신들이 꼭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같았던 것도 한 몫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고 느려 답답하기도 했을 텐데 그저 고맙다며 아무 말 없이 도와주시던 어른들. 그땐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감사했다고 늦게나마 말씀드리고 싶다. 


직장 때문에 아쉽게도 봉사활동은 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어디에서든 나눔의 집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곳에서 같은 경험 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해 보고 싶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들을 체험하고, 느끼고, 배우고, 나눌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부끄럽지만 내가 일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나눔의 기쁨과 스스로 행동했다는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나눔의 집에서 만났던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나눔의 집의 앞날에 꽃길과 햇살이 항상 놓여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