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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봉천동 스마일~걸, 이서순 할머니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먹거리 나눔을 하는 날입니다. 이서순(85)어르신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제일 먼저 출석 도장을 찍으시는 분이세요.


인근 복지관에서 점심을 드시고 누구보다 먼저 오셔서는 먹거리 나눔 때 사용할 비닐 봉투를 사용하기 좋게 뽑아 놓으시지요. 비닐 대신 통에 반찬을 넣어 보내기도 했지만 통을 자주 잊고 안 가져오시거나 잃어버리셔서 결국 일회용 위생 비닐에 반찬을 나눠 담고 있습니다. 34가정 보통 가정당 7~8개의 비닐봉지를 나눠 담기에 한번 반찬을 나눌 때 마다 200여장의 위생봉지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장 한장 뜯어 사용하기 편하게 쌓아놓아야 하니 비닐봉지를 준비하는 것도 보통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일을 매번 이서순 어르신이 해주시고 있지요. 죄송하면서도 한편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올해 85세인 할머니는 매일 파지 줍는 일로 생활비를 마련하세요. 자녀들이 자주 찾아오지만 자식들 스스로도 생계 챙기기가 급급한지라 할머니에게 용돈 한번 주기가 쉽지 않고 생활비도 넉넉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새끼들도 힘들어, 자식이 부모 모신다는 건 옛말이잖아, 몸이 허락하면 스스로 챙겨야지"라며 고단한 몸을 이끌고 매일 매일 파지를 줍고 용돈 벌이가 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찾고 있습니다.


몸이 따르지 않아 파지 줍는 일이 생계를 위한 유일한 일이 되었지만 그렇게 한푼 두푼 모아 임대 보증금을 좀 더 넣어서 월세를 4분의 1로 줄일 만큼 부지런하시기도 하지요. 누구에게도 쓴소리 하지 않으시고 항상 웃고 긍정적 할머니...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이것저것 할머니를 챙겨주시려 하나 봅니다. 나눔의 집 동네 어르신들도 병이나 종이컵을 모으면 부러 할머니를 부르는 것도 다 그 이유인듯해요.


작년에 손자, 손녀와 함께한 제주 여행이 당신에게 너무 좋았던지 집에 올 때 마다 여행 사진을 보여주시며 자랑을 하세요. 아마 평생 첫 비행기 여행인듯합니다. 연세가 연세인만큼 할머니 역시 어디 한 군데 안 아픈 곳이 있을까요. 하지만 할머니는 그 작은 손으로 아픈 곳을 두드리며 이런 소소한 일들에 웃음 지으며 "좋아요 아직 잘 움직일 수 있는데 뭐. 허허" 하고 웃으십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