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천동나눔의집 소식

[결연가정이야기] 복돌이 할머니

요즘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복돌아~, 복돌아~ 아유 이 녀석이 어디 갔어.”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결연가정을 맺고 있는 박○○할머니가 강아지를 찾는 소리입니다. 문을 열면 사무실 근처에 하얀 강아지(?)가 뛰어 내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복돌이를 찾는 할머니 덕분에 동네 사람들은 복돌이를 다 아는 것 같습니다. 녀석은 낯가림이 있습니다. 처음 보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쓰다듬지 못하게 하죠. 특히 성인 남자들 곁에 다가가지도 않습니다. 젊은 아가씨는 예외입니다. 물론 사람의 매력 취향과는 달리 녀석 기준이 따로 있는 듯합니다. 제 눈에 예쁜 아가씨에겐 꼬리도 치고 머리도 들이밀며 쓰다듬어 달라고 아양을 떱니다. 물론 주인인 박 할머니에겐 든든한 동무이고 때론 화풀이 대상이기도 합니다. 


박 할머니는 이름이 많습니다. 성을 따서 그냥 박 할머니라 불리기도 하고 때론 할머니의 본 이름이 불리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문방구 할머니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다 다른 분인 줄 알았습니다. 모두 다 한 분을 이르는 말인 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할머니를 뵌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할머니 덕에 굉장히 오래 뵌 것 같은 친근함이 듭니다. 좀 전에 아랫동네에서 본 것 같은데 금방 또 다른 곳에서 할머니를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해져서 몸도 많이 아프시지만, 작년 할아버지를 여의시고 생계를 위해 홀로 파지 줍는 일을 하십니다. 할머니는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부지런히 움직이십니다. 이렇게 또 봉천동 홍길동 할머니라는 별명을 하나 더 추가해 드릴까 합니다.


여든여섯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프다는 말씀 한번 않고 먹거리 나눔 때도 “얻어먹고 도움받는 만큼은 못하고 내 할 수 있는 만큼은 도와야지”라며 제일 많이 도움을 주시던 복돌이 할머니가 요즘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타십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꿈에 자주 나타나신다며 보고 싶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 예전보다 많이 기력이 쇠해지신 듯합니다. 동내에서 대적할 이가 없다는 한 성격의 소유자이셨다는데 요즘엔 큰 소리 한번 없으시고 별일 아닌 일에도 눈물을 많이 흘리세요. 그나마 복돌이가 있어 많이 위로가 된다는 할머니,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나눔의 집과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박유리 간사(가정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