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천동나눔의집 소식

'마음을 치유가 몸의 치유였어요'(가정결연이야기)


본인의 이름보다는 승준이 할머니로 더 친숙한 최돈행 어르신을 나눔의집에서 뵙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승준이는 나눔의집 지역아동센터인 공부방을 오랫동안 다녔던 학생이었지만 말이죠.


할머니는 사람에 대한 정이 아주 그립습니다. 가끔 얼굴을 뵙게 되는 날이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쏟아 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시지요.


그런 할머니가 요즘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생겼습니다. 매달 둘째와 네 번째 토요일 할머니 댁을 방문하는 연세대 의료 청년동아리 친구들 때문이지요. 올해 3월부터 할머니집을 찾아오는 의청 친구들은 7개월간 약속된 날에 빠짐없이 방문해 할머니의 말동무로 또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7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기간에 할머니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처음 할머니를 뵈었을 땐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과 다리 때문에 화장실도 하루 두 번 겨우 가셨고 음식이나 물도 잘 드시질 않으셨어요. 일어나실 때는 키가 다른 의자 2~3개를 팔꿈치로 옮겨가며 짚어서 일어나야 했고 온몸의 무게를 팔로 지탱해야 하니 팔도 아프고 다시 돌아와 앉는 것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에 화장실을 가거나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 즐거운 일상이 아닌 고단한 노동과 진배없으셨지요. 그렇다고 누운 상태로 움직이는 것 역시 그리 쉽진 않으셨어요. 한 자세로 계속 누워 있자니 피부병이 생기고.... 내 몸이 내 몸처럼 움직여지지 않으니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셔서 마음속에 좋지 않은 생각도 많이 하셨다고 해요. "빨리 죽어야 하는데..."라는 희망 없는 소리와 웃음 없는 얼굴이 할머니의 평소 표정이셨어요. 


"같은 할머니이신가?"라고 입에서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근래 뵈었던 할머니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어요. 의청 친구들과 만나며 이야기도 많이 나누시고 운동도 많이 하셨다고 해요. 물론 바라시던 산책도 자주 학생들과 나가기도 했고요.


할머니 댁엔 숫자가 아주 큰 달력이 있습니다. 그 달력 2번째 4번째 주 토요일엔 동그라미가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바로 의청 친구들이 오는 날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할머니의 숙제 스케치북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알려드린 운동을 하고 기록하는 숙제 노트랍니다. 그 안에는 매일 숙제를 하신 할머니의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할머니 댁에 오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도 할머니의 기운이 많이 달라지셨고, 표정도 너무 밝아지셨다고 감사의 말씀을 늘 전해 주십니다. 


반찬을 배달하는 매주 금요일 할머니를 뵙는 날엔 꼭 의청에서 오는 봉사자 친구들 이야기를 합니다. 너무 좋고 고맙다는 말씀을 꼭 전해 주라고 말씀하세요. 할머니 댁에 갔다 온 의청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에는 비관의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말씀하시는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많이 바뀌셨다고 합니다. 


통증 때문에 몸을 일으켜 세우는 두려움을 이젠 많이 이겨내시고 더 자주 집에서 활동하신다고 해요. 몸이 더 건강해지신 것도 감사할 일이지만 긍정적으로 변한 마음도 실무자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 박유리 간사(가정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