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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뜨거운 여름...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겠지요(활동가단상)

시간이 흘러 2018년 여름은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나는 수능을 앞둔 첫째, 학교 홍보 모델인 고등학교 1학년 둘째, 사춘기에 막 접어든 초등학생 5학년의 두 숙녀들, 이들과 함께  밤과 낮을 교대로 지새우는 교사 2명과 함께 행복한우리집을 살아가고 있다. 


살과 살이 닿는 것이 세상의 가장 끔찍한 일인양 이번 여름은  뜨거웠다. 그러나 무더위는 고난이기보다 또 다른 선물이었다. 거실에 설치된 에어컨을 앞에 두고 아이들 모두가 각자의 방에서 탈출해 함께 자고 또 함께 식사하고 책을 베개 삼아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게임과 공깃돌을 던지고 올여름을 보냈다.


함께 모이는 것은 변화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초대다. 한 살이 역사책만큼이나 더 먼 시간처럼 여겨지는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간의 간격도 이 시간만큼은 좁혀졌다. 언니들은 마음을 활짝 열었고 동생들도 내리 사랑이란 걸 경험하고 말로 전하지 못하는 언니들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온풍기로 변해버린 달그락거리는 선풍기 아래 에어컨이 없는 사무실은 찜질방으로 변했고 시간마다 샤워하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는 여름이었지만 거실에서 자는 아이들을 보며 ‘늘 오늘만 같아라’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선생님도 함께 거실에서 자요”라고 아이들이 말해줄 땐 고맙고 나도 모르는 행복의 미소가 흘렀다.

 

그러나 며칠 태풍으로 비가 억수같이 내린 그 날 저녁 이후 여름은 물러가고 찬바람이 싸하고 불더니 아이들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여름 밤의 꿈이었듯이 아이들의 유대감은 태풍 앞의 성냥불처럼 예전의 냉랭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휑한 거실... 더위를 견뎌내야 했지만 왁자지껄한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던 기억.  모두 2018년의 모습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행복한우리집을 나간 후에도 2018년 여름날을 기억할 땐 에어컨 앞에 하나였던 그때를 기억으로 남겼으면 좋겠다. 나 역시 고마움을 간직하며 행복한 미소를 흘렸던 그 날을 더 가슴속에 간직하리라... 



- 대한성공회 행복한우리집 보육교사 이성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