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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앵두나무집 할머니


계절이 가을의 문턱을 힘겹게 넘던 유독 찬바람이 많던 날,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의지한 채 나눔의집을 찾아오셨습니다. "여가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곳이라 해서 찾아왔는데... 이런 말하기 참 염치가 없지만서도..." 그렇게 한참 만에야 자신의 이야기를 하셨죠.


'앵두나무집 할머니' 나눔의집에서 집 한 칸만 더 건너뛰면 손이 닿는 앵두나무가 우뚝하니 서 있는 집.  할머니는 그 집에 오랫동안 세 들어 사셨어요. 자신의 이름보다 별명이 더 친근한 이곳에서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또 다른 자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시는데, 할아버진 몸이 불편하셔서 거의 누워 생활하세요. 조금만 움직여도 지치는 75세 노구지만 할머니는 아픈 한쪽 다리를 끌고 매일 생계를 위한 요양보호 일을 하십니다. 아픈 할아버지에게 들어가는 것이 한 둘이 아닌지라 이런저런 생활용품을 사들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정작 요양 보호가 필요한 이는 할아버지이지만 할머니가 나가시면 할아버지는 한 자세로 텔레비전만 하염없이 보셔야 한다고... 휴~ 속상하고 한숨만 절로 쉬어졌습니다.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시간도 늦고, 반찬 준비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염치없지만 나눔의 집에서 조금만 도움 줄 수 없을까?" 몇 번이나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본인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많은 것 같아서 발길을 돌리셨다고 합니다. "할머니 자주는 어렵고 일주일에 두 번 먹거리를 지원은 해드릴 수 있어요. 그것이라도 괜찮으시겠어요?" 안도하는 할머니 얼굴에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해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반찬 두 번 나눠드리는 게 뭐라고... 

그런데 며칠 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몇 번 뵙지도 못했는데... 돌아가셨다니 믿기지 않았죠.  한편으론 할머니가 마음은 힘드셔도 몸은 그래도 편해지시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마음이 불편한 소식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장례가 끝나고 할머니께서 나눔의 집으로 찾아오셔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 주셨습니다. 


"할머니 이젠 힘드시게 일 안 하셔도 되지 않으세요?" 

“거기(요양보호 일하는 곳) 양반도 나보다 몇 살 많은데 다른 것보다 내가 가서 말벗해 주는 게 좋다고 해서.. 내가 힘 되는 데까지는 가야 할 것 같아." 라고 수줍게 웃으시면서 이야기하셨습니다. 할머니, 건강히 오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박유리 간사(가정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