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천동나눔의집 소식

할머니~~ 간 떨어질뻔 했어요~


녹색의 손들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은행나무는 길 가는 사람들에게 장난치듯 뚝뚝 머리 위로 열매를 떨어뜨립니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가 사람들의 발에 치여 일부는 으깨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만 제법 튼실한 알맹이들은 한 손에 검정 비닐봉지를 든 어르신들의 손에 들리어집니다.

 

며칠 전 일이었어요. 드림한누리지역아동센터(이하 공부방) 선생님들이 점심시간 사이에 봉천동나눔의집 사무실로 오는 길이었죠.

 

오랫 동안 함께 한 선생님들이라 웬만한 동네 어르신들은 다 알고 계시고 나눔의집 결연가정 어르신과는 손주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결연 가정 어르신 중엔 복돌이 할머니로 불리는 어르신이 계세요. 올 초부터 할머니 집에서 사는 흰색 똥강아지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불리고 있지요. 새끼 땐 늘 그렇지만 분주하고 말도 안 들어서 할머니의 구박과 야무진 손길에 도망가고 배를 납작 바닥에 깔고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요즘은 할머니의 더할 나위 없는 든든한 가족으로 할머니 옆을 맴돕니다.

 

그런데 공부방 선생님들이 내려오던 그 날 복돌이도 보이지 않고 할머니만 길 건너 나무 아래 쓰러져 계시지 않겠어요.

 

놀란 선생님들이 할머니~~~”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뛰어갔습니다. 정신을 잃으신 줄 알았던 할머니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뒤돌아보시며 ? 라고 반문하셨죠.

 

괜찮으세요?” 놀란 선생님들이 가슴을 쓸며 왜 누워 계시느냐고 물었더니 허리 굽혀 은행 열매 줍기가 힘들어서 앉아서 줍고 있었다지 뭡니까. 선생님들이 보기에 앉았다가 보다는 거의 누워계셔서 그런 오해를 했던 거지요. 특히 복돌이 녀석도 할머니가 앉아계신 나무 옆 수풀 속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았기에 더 오해했습니다.

 

~” 천근 근심의 무게가 한 번에 날아가는 듯했습니다.

 

작년 할아버지가 돌아가고 부쩍 외로움이 커진 할머니가 재개발 철거다 뭐다 걱정만 많아지셔서 요즘 저희도 건강이 부적 염려됐는지 그러한 일이 있으니 며칠이 지난 지금이야 웃고 그날의 일을 복기하지만 아 정말 간 떨어질 상황이었습니다.

 

할머니~~ 저희 놀라게 하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