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천동나눔의집 소식

어여쁜 삶의 한 조각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_ 파블로 피카소

순수했던 어린 시절, 나는 그림을 거침없이 그리곤 했다. 인물, 풍경, 사물 무엇이든 겁 없이 남에게 보여 지는 게 아닌, 나에게 보이는 대로 그렸다. 사람들이 내가 무슨 그림을 그린 거냐고 갸우뚱거리며 물어봐도, 자신 있게 나의 그림을 내보였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의 그림을 보고, 나의 그림을 비교하며 점점 나는 위축되었다. 커다란 스케치북에 처음 닿는 하나의 점을, 하나의 선을 어디에 시작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되었고, 연필을 그은 그 순간도 지우개로 다시 지워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할머니의 그림은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과 같다. 순수하다. 할머니는 그림을 그릴 때, 망설이시지 않는다. 할머님께 그림이 무엇을 표현하는지 여쭤보면,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생각지 못한 답을 하신다. 할머니의 그림은 시선을 끄는 힘이 있고, 계속해서 질문을 하게하며, 이 그림에 어떤 삶이 녹아들어 있는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즉, 하나의 작품이며 예술이다.

 

할머니의 반짝이는 시절과 아픈 기억을 모두 하나씩 열어보며, 이를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는 아름다운 이 프로젝트가 부디 할머니께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나 또한 이 기억은 계속해서 어여쁜 삶의 한 조각으로 남을 것 같다.

 

한주형(자원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