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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봄볕에 눈물도 찬란하게 빛난다

“제 얘기가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 보는 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봄볕에 눈물도 찬란하게 빛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제 전 어려운 고백을 시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햇빛으로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영화 ‘69세’ 중에서)

 

작년과 올해 어르신들의 인생그림책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여성노인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생그림책은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성차별은 물론 본인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면서 살아 본적이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렵게 살아온 이야기, 남편과 자녀들, 부모님의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에서 묻어나는 ‘여자여서, 여자라서 그래’는 본인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지금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그러해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어르신들의 삶 속에는 형제에게 학업의 기회를 양보하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것에 대한 회한이 남아있고, 결혼 후에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위치 지워짐에 따라 주체성 없이 살아야 했던 날들, 나이 듦에 따라 이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신체 건강상태의 변화로 인한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으로 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이야기들의 나열을 보았습니다.

인생의 마감을 준비하며 외로운 시간을 보내시는 어르신들이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년의 삶을 가꾸기를 바라며 과거 차별적 경험을 이해와 화해로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변환시키도록 인식전환을 도와주어 또 다른 삶을 생각하고 살 수 있다는 희망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본 영화 ‘69세’는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였고, 노년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영화는 노년의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보호할 경찰이나 법원은 도리어 나이든 여성을 무시하고 정신적 학대를 합니다. 혼자 살고 있는 여성 노인들이 증가하는 오늘날 우리가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어 가는 것이 순리이고, 노년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노년에도 사랑할 수 있고, 감정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박유리(가정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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