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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헌 집 주면 새 집이 나올까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바닷가가 고향인 제가 어릴 적 가장 많이 부르던 동요였어요. 모래사장에서 할 수 있는 흔한 놀이 중 하나였기 때문일 겁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 생각해 보니 이 동요가 굉장히 이상해 보였습니다.


두꺼비가 마법을 부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헌 집을 새집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신앙인의 눈으로 보자면 돌을 떡으로 만드는 사탄의 권능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 일 겁니다. 


이런 상황은 재개발을 앞둔 우리 나눔의집에 더 여상스럽지 않게 다가옵니다.


“조합에서 여기 싸인 만하면 헌 집을 새집으로 바꾸어 준다고 해서 사인을 했지~” 감정 평가 금액이 나오고 거의 눈물 쏟을 것 같은 얼굴로 집 매매를 고민하는 주변 어르신의 말입니다. 


감정 평가가 나오고 추가 부담금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은 평가와 추가 부담금 산정에 대한 실체를 아시고서야 ‘두꺼비집 집 교환’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셨지요.


미디어에 노출된 소식은 온통 투기와 한몫 잡는다는 내용만 나오지 쪽 대본보다 적은 분량의 불이익에 대한 뉴스는 소시민들이 알아차릴 수 없는 내용입니다. 물론 조합과 개발사가 거짓 마법사인 인줄 모르고 욕심을 부린 사람들의 잘못도 있겠지만...글쎄요. 당한 이들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땅을 가진 이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세입자분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쥐꼬리만 한 이주 지원비도 무려 10년 전부터 살고 있었음을 증명해야 하고 임대주택 공급도 11년 전인 2008년 2월 28일 이전 거주자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집값이 오르거나 생계를 위해 자주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이들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1월 23일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과 관련한 주민설명회가 있었습니다. 관할 공무원과 갈등 조정 전문가 감정평가원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강제퇴거 없는 자진 이주를 유도하기 위한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였습니다.


설명회 개최 후 3회 이상 운영. 불참 시 1회 개최 인정(단 조합원은 제외). 이외 기타 등등의 운영원칙과 협의체 운영방법 등이 3쪽에 걸쳐 설명되어 있지만 오신 분들에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듯합니다.


대부분 내가 이주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주 시점에서 전세금이나 보증금은 주인이 돌려줄지에 대한 불안이 팽배했습니다.


참석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아마도 ‘된다’, ‘안 된다’, 집 주인이 보증금을 빼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주겠다는 개별적이고 누군가의 책임 있는 답변인 듯한데... 소위 전문가분들은 ‘원칙이 이렇습니다.’, ‘집주인이 안 줄 수 있나요. 법이 그런데.. 그건 집주인과의 문제입니다.’라는 말뿐입니다. 계속 쳇바퀴 같은 이야기가 오가니 한숨만 나왔습니다.


형식을 맞춘 설명회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주민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지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