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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당신의 자화상 속에서 저를 돌아봅니다


딱딱하기만 한 강의식 교육이 아닌 자활 참여 주민들이 함께 경험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은 뭐 없을까? 실무자들의 고민 끝에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미술 인문학입니다. 작년엔 자화상을 그렸고 올해는 판화를 준비했지요. 자신의 얼굴을 밑그림으로 조각도로 모양을 따 잉크가 스며들 홈을 만들고 하얀 종이 위에 찍어내는 작업. 실무자로선 솔직히 교육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분들이 계셔서 혹 날카로운 도구가 흉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지요.

“오랜만에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교육을 마치고 살짝 건네어진 쪽지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하고 또 교육을 준비했던 실무자 입장에서 주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구나 하는 부끄러움이 얼굴을 붉게 물들게 했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그림에 담고, 판화를 찍어 내면서 소리 내어 활짝 웃는 주민의 모습에 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 있었어요.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와 행동, 그를 통해 바라본 어두운 표정은 살아온 삶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한 스스로의 무지가 불러들인 선입견은 아닌지 반성했습니다. 


여전히 그 삶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고 무게를 덜어드릴 힘도 부치지만, 지쳐 잠깐 앉아 푸념하고 싶을 때, 도움이 필요해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작은 즐거움 거리가 생겨 함께 나누고 싶을 때, 그 곁에 저희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한 우리들이 많이 배우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