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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특별했던 스승의 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오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부방을 다니게 됩니다. 오랜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아이들은 선생님보다는 동네 이모나 고모 정도로 생각하는 듯해요.


학교 선생님은 아닌데 더 오랫동안 보아온 선생님... 그래서 스승의 날엔 딱히 무슨 특별한 일이 아이들과 선생님들 간에 일어나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미 성년이 된 공부방 졸업생들이 이번 스승의 날에 저희가 퇴근하고 없는 사이 슬그머니 찾아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빵과 감사하다는 손편지를 놓고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졸업생 언니들의 편지에 하루 종일 가슴이 콩닥콩닥 방망이질 쳤습니다. 감사하단 편지 내용에 오히려 저희가 더 고마웠습니다. 스물두 세 살 어엿한 청년이 되어 이젠 동생들 간식도 사주고 가니 뿌듯함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여름들살이 때면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 시간마저 쪼개어 봉사자로 참여하는 졸업생들을 보며 십여 년 청춘을 바친 이 자리가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자부심마저 듭니다.


“졸업생 언니들아 고맙다. 함께 했던 순간들을 이해해주고 공부방을 잊지 않아서 고맙다.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