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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활동가 단상]어르신! 반짝이는 추억들과 함께 할께요.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통해 인간의 퇴화 과정을 소개한 <주름>이란 만화책이 있습니다. 그중에 알츠하이머로 거의 모든 기억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그의 부인이 귓속말로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아무것도 못 알아들을 것 같은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는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청년 시절 할아버지가 구름을 떠다 주면 사귀겠다는 할머니의 말에 종탑 위로 함께 올라가 구름을 맞이던 그 시절 "이 사기꾼"이라는 말과 함께 평생의 동반자가 된 그때를 회상하는 장면이지요.


봉천동 나눔의집과 함께하는 어르신 중에 이미 기억을 많이 잃어버리셨거나 이제 진행 단계로 들어선 치매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매번 찾아가도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듯 그리고 시간으로 치면 대략 3시간 분량의 자신의 인생 드라마를 무한 반복해서 저희에게 들려주시기도 하지요. 


적게는 여든, 많게는 아흔을 넘긴 어르신들의 인생이 짧은 3시간에 요약될 순 없겠지만 아마 그 기억들이 가장 행복한 기억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어르신들의 행복했던 기억을 고작 3시간밖에 공유할 수 없는 저희로서도 안타깝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점점 흐려져가는 기억 중에서도 여전히 반짝거리는 추억이 저희와의 대화 속에서 끄집어져 올라옵니다. 마치 첫 펌프질로 끌어 올릴 수 없는 우물물을 끌어 올리기 위한 마중물처럼요. 반짝이는 추억들을 좀더 많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저희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어르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