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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가정결연이야기]봉천동 우렁각시 안 할머니

출근길, 나눔의집 언덕길 저 위에서 끌차를 한가득 끌고 내려오시는 안 할머니가 저를 보면서 “이제와?” 라고 반겨주십니다. 오늘도 할머니는 아침부터 파지를 한가득 싣고서 팔러 가십니다.


나눔의집이 있는 언덕길 위쪽에 사시는 안 할머니는 우리 동네 우렁각시입니다.

동네에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잘 알고 계시는 할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찾아가시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챙겨주시죠. 나눔의집 먹거리도 할머니 것을 가지고 가시는 길에 가져다주시는 등 나눔의집 일도 여러 가지 많이 도와주십니다.


동네 어르신으로 할머니를 뵌 지는 아주 오래 되었지만 나눔의 집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작년 가을부터였습니다. 작년 가을 쯤 할머니가 나눔의집으로 찾아오셔서 "내가 이제는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데 여기서 좀 도와주면 안 될까?" 라고 미안해하시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른 어르신들이 "저이는 사정이 괜찮아, 먹고살만해, 젊어서 일도 하고... 나눔의집에 안와도 되는데.."라고들 많이 말씀하셔서 그래도 여기 어르신들보다는 괜찮으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진즉에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좀 더 잘 살펴볼걸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혼자 사신 것 같습니다. 가족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으시고, 할머니 본인 이야기도 잘 하시질 않으십니다. 할머니 이야기를 더 들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지 않을까합니다.


보살펴 주는 가족이 따로 없어 할머니는 파지수거로 생활비를 마련하셨는데 요즘은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 일을 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하십니다. 더군다나 동네에 파지 줍는 구역이 정해져 있어 안 할머니는 조금 멀리 다니셔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힘은 들지만 하루에 몇 번씩 마주치는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 덕에 저 또한 함께 웃게 됩니다.


할머니 건강히 오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