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최할머니가 수상합니다.
외출도 잦으시고, 외출 할 때 평소보다 더 꽃단장을 하고 다니시고, 또 몇 년간 착용하지 않았던 보청기를 다시 해야겠다며 도움의 요청을 하러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나눔의 집을 다녀가십니다.
흠... 무슨 일이지... 무언가 수상한 움직임에 촉을 세우고 할머니를 주시했습니다.
최할머니는 나눔의집 바로 근처에 사시는 어르신입니다. 평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보일러나 TV가 되지 않으면 나눔의집에 와서 고쳐 달라 요청하시는 분이십니다.
요즘은 보청기가 안 된다며... 저뿐만 아니라 격주로 토요일에 찾아가는 연세대의료청년봉사단 학생들에게도 계속 이야기를 하셔서 학생들이 봉사 오지도 않는 날에 시간을 내어 고쳐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보청기에서 자꾸 ‘삑’소리가 난다고 학생들이 만져서 고장 난 거라고 하시며 정성들여 보청기를 고쳐준 학생들을 좀 서운하게 하셨습니다. 결국엔 할머니와 보청기를 고치러 다녀와야 했습니다.
보청기를 고치러 가선 할머니 성함을 기억하신 청능사 선생님께서 그간 할머니와 학생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으시고 요즘 세상에 할머니를 위해서 그렇게 애써주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왜 학생들을 서운하게 만들었냐며 기꺼운 마음으로 잔소리를 좀 하셨습니다. 사실 보청기는 고장 난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너무 오랜만에 하시는 것이라 잘 끼지 못해서 소리가 난거였습니다. 할머니도 친구들에게 미안하셨던지 정중하게 사과를 하셨지요. 결국 보청기 사건은 학생들에게 귀엽게 사과를 하시며 재밌는 해프닝으로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할머니께서 간절히 보청기를 원했던 것은 알고 보니 남자친구분이 생겨서 였습니다. 근래에 다니시는 곳에 남자 어르신 한 분이 계신데 그분과 대화를 하고 싶지만 잘 들리지 않아서 그저 대답대신 웃고만 계셨더라고요. 사실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할머니가 근래에 보청기에 집착하신 이유를 그제 서야 알겠더군요. 어린 학생들이 할머니 썸의 성공을 기원하며 그렇게 열심히 고쳐드리려 했나봅니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할머니의 마음만은 봄바람처럼 산뜻하지 않을까 합니다. 할머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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