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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

"아픈 사람 속은 아픈 사람만이 알지요."


예쁜 얼굴에 이게 다 뭐래요. 어머니?”

 

넘어졌어. 별거 아니여~”

 

한글 교실에 나오시는 박 할머니(78) 오른쪽 얼굴 3분의 1이 반창고로 덮여 있었어요. 손을 보니 팔도 온전하지 않고 단순히 넘어진 건 아닌듯해 어머니 이건 그냥 넘어진 게 아닌 것 같은데요?”하고 물으니 잠시 숨을 가다듬으시더니 그제야 사실을 이야기하셨지요.

 

나 사는 곳에 정신이 좀 헷가닥 한 아가 하나 있어. 가가 내가 그냥 쳐다봤는데 잡자기 와서 밀더라고 다른 손에 가위도 들고... 쪼매 무섭고 당황스러웠는데 다행히 옆에 있는 다른 아줌마가 그걸 보고 와서 가위를 빼앗고 해서 다른 사고는 안 났지~”

 

그래서 어쩌셨어요. 신고는 하셨어요?”하고 물으니 신고는 무신... 형사가 오긴 했는데 걍 돌아가라 했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에는 문제없다 해서 그 집 할망구한테 병원비만 달라 했지라고 하신다.

 

아니 할머니 그래도 나중에 더 아플지도 모르는데...”

 

지금도 뼈가 좀 아프고 욱신거리긴 해. 그래도 에이~ 그 집 할망구도 나처럼 폐지 줍고 그렇게 살어... 나 사는 게 그 집보다 더 나사... 없는 집끼리 그람 안 돼지. 가도 뭐 제 정신이라 그런가... 가 때문에 속 썩지...”

 

사실 현장에 있다 보면 아는 놈이 더 무섭다는 말을 피부로 느낄 때가 자주 있어요. 하지만 역시 아픈 사람 속은 아픈 사람만이 안다는 역시 자주 접하게 됩니다. 박 할머니 처럼.

 

제가 더 감사한 하루였어요. 할머니 아니 어머니 아프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