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했던 벽의 그림이 바래지는 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봉천동나눔의집의 사무실은 1998년 5월 22일(위의 사진) 한누리공부방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비록 허가된 건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컨테이너 벽을 색칠하고 테이프커팅 등 오픈 행사도 했답니다. 주변 어른들도 하나 둘 모여 축하해 주었고 축제 아닌 축제로 시작됐지요.
IMF가 터지고 갈 곳 없는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전까지 이곳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해요. 해체된 가족들의 보금자리로 사용된 이곳이 살림터가 생기고 다시금 공간이 확보되었지만, 공부방이 청소년자활시설로 편입되면서 청소년은 청소년자활센터로 초등, 중등학교 아이들은 드림한누리공부방으로 분리되어 이후 쭉 컨테이너 공간은 사무실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컨테이너 벽면엔 아이들의 흔적이 흐리지만,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무지개 우산을 든 아이와 초록 잎이 무성한 나무, 커다란 두 마리 개구리 그림이 흐리지만 기억의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와~ 저거 봐 저 그림 아직도 남아있어. 저거 내가 그린거야.”
두 여성의 목소리가 사무실 창 너머에서 들릴 때 20년 전 이 자리에서 아이들의 공부방 선생님이었던 사무실 고현정 간사는 그때의 그 감정을 담아 이들을 부릅니다.
“길언아~ 정아야~”
돌아서는 서른을 넘긴 두 여성은 이제 더는 아이라 부를 수 없는 나이가 되었고 한 명은 세 자녀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찾아오는 많은 분이 녹이 슨 컨테이너를 다시 색칠하는 건 어떠냐고 하시지만, 기억의 뿌리가 사라질까 쉽사리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사무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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