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황민순
어린 시절
내 동생 공부 시키려고
나는 글을 못 배웠네
젊어서는 눈치로 살았네
자식 낳고 살면서
글을 못 배운 것이 후회되어
60 중반 돼서야
글을 배우게 되었네
동생한테 글 배우러 다닌다 하니
내 동생이
‘언니 미안해’하고
말하네요
나는 ‘괜찮아’했네
왜냐하면 지금 나는 행복하니까.
-2013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장려상.
지난 3월 15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글 교실(민들레 한글 교실)이 문을 열었습니다. 첫날 한글 지도 교사(문해 교사) 분의 시 낭송에 “저건 내 이야기인데”라며 몇몇 할머니들은 눈시울을 붉히셨지요.
저희 나눔의집 주변에는 가난과 여성차별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곤란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조손 가정이 많은 지역 특성상 손주들의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자존감도 낮아져 이웃 주민과 불화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각종 복지 서비스에서 소외되어 받아야 할 혜택도 많이 놓치고 있습니다.
주변에 한글 교실을 여는 복지 기관도 많지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의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가족이 있으나 홀로 사시는 어르신의 경우 도움이 필요하지만 서류상 대상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기에 조건 없이 누구나 와서 배울 수 있는 곳이 필요하기에 저희가 한글 교실을 운영하게 된 이유이지요.
또 다른 이유는 주민분과의 긴밀한 만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 머물러선 내밀한 속사정을 알 수 없기에 한글교실 외에도 노래와 명상 교실을 통해 자주 만나고 대화 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작년에 배우셨던 분들이 주축이 되어 올해도 열네 분 정도가 오셨습니다. 어색했던 첫 만남도 일주일이 지나선 익숙해 졌습니다. 할머니들 말씀도 많아지시고 이제는 쑥스러워하지 않으시고 모르시는 것은 스스럼없이 물어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네요.
그리고 장소와 현수막, 간식을 제공해 주신 관악드림타운 2단지 관리사무소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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