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보려거든 그것을 알고 싶거든 반드시 오래 보아야한다. 녹음(綠陰)을 보고 이르길 "이 숲 속에서 봄을 보았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마땅히 네가 보는 그것이 되어야 한다. 어두운 빛깔의 덩굴 줄기와 솜털로 뒤덮인 잎의 뒷면이 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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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과 잎 사이 작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너는 시간을 들여 잎사귀들이 뿜어내는 바로 그 평화를 만져 보아야 한다. ― John Moffitt |
겨울이 가고 어느덧 봄이 오셨습니다. “반드시 오래 보아야 한다.”는 시인의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보니 나무가 어떻게 살아가고, 움직이고, 존재하는지 미처 알아차릴 겨를도 없이 계절이 지나갑니다. 오늘은 큰 맘 먹고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않아 나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5분도 채 안돼서 마음이 나무를 떠나 딴 데로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이번엔 시선을 되돌린 다음 좀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모양새가 어떤지, 빛깔은 어떤지, 바람에 흔들리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바라봅니다.
한 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덜 산만해 지는 걸 느낍니다. 사실 내 앞에 서 있는 이 나무는 내 의식 속에서는 여태껏 존재 하지 않던 나무입니다. 늘 그 자리에 있어 왔건만 비로소 지금에서야 내 경험의 일부가 되어 현재(現在)가 되었습니다. 아무런 분석이나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일이 이토록 행복할 줄은 몰랐습니다. 대단한 통찰이나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리 저리 휘둘려 쫓겨 다니던 내 자신이 지금 이 순간을 충만히 만끽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 나무에게 감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남석(토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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